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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회사. 누가 옳을까?

작성자 : gwansik
관식
입력 : 2018-01-17 수 21:49
수정 : 2018-01-17 수 21:57

대략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면, 지금 AJ렌터카에서 계약 파트 개발한다. 작년 1월부터 있던 개발자는 시간만 때우다 중간에 나갔고, 작년 4월에 들어온 프리 차장님, 작년 하반기 입사한 신입사원, 그리고 작년 9월에 들어온 나, 이렇게 3명이서 개발한다. 이 3명이서 계약 업무를 초반에 나눴는데, 난 내 개발분량 반 이상을 끝냈다. 하지만 차장님과 신입사원은 개발이 많이 밀려있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팀에 추가로 들어온 이사님이 밀려있는 두사람의 개발분량을 내가 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나는 ‘내 일 열심히 했는데, 일을 더 주면 어떻게 하냐? 난 개발 빨리 해놓고 개발 후반부는 여유롭게 가려고 했다. 보람이 없다. 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니 이번주 회사 전무님이 와서 내게 화를 내며 시키면 해야지 하고 안하고가 어디있냐고 했다.

 

사실 이런 사태를 조금 예상은 했다. 렌터카 계약파트는 복잡하다. 기존 설계가 엉망인데 발주사 수정요구도 이어져서 설계도 계속 변경하며 개발한다. 내가 들어올 시점에 계약과 빌링 개발자 비율을 2:3으로 가져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금 계약은 신입포함 달랑 3명인데, 빌링은 14명이 붙어있다. 거짓말이 아니다. AJ렌터카 2팀 구성을 보면 확인될거다. 차장과 신입 한명이 그 계약을 소화하는건 원래 힘들었다. 내가 개발이 빨리된 것은 내가 특출나서 그런거다. 이런 사실을 회사에서도 모르고 있을리 없다. 사실 이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도 전무님과 이사님에게 ‘나는 개발일정 내에 끝낼 자신있다. 하지만 차장님과 신입이 맡고 있는거 절대 기간내에 안 끝날거다. 그러니 계약 일정내에 완료 하려면 차장님 백업이 있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가 이번에 내게 내 일도 하고 다른 사람 개발까지 더 하라고 하는거다.

 

한편, 회사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을 해봤다. 난 2016년에 개발자로 취업해서 지금까지 추가근무 5번도 안했다. 여기 알앤비소프트에서도 지난 KT프로젝트 현업 테스트 때 딱 1번 8시반까지 일했다. 지금 AJ렌터카 프로젝트는 일정이 많이 밀려서 정직원은 모두 주말에도 하루는 나오는데, 이것도 난 안나간다. 회사 입장에서는 다른 직원들처럼 야근 주말근무 안하고, 9시출근 6시퇴근하는 내게 근무시간동안 회사 일을 더 주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거다. 또한, 다른 직원들도 이 일에 영향을 받을까봐 신경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보자면, 회사에 앉아있는 시간은 내가 다른 개발자들 보다 훨씬 적겠지만, 일은 내가 다른 개발자들 보다 훨씬 많이 했다. 지능이나 개발실력 차이도 있지만, 업무시간에 나만큼 집중해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직원은 없다. 다른 개발자들은 처음 일정부터 이렇게 안된다 못한다 하면서 일정 잡아놓고 개발은 안끝난다. 나도 대충 하는척하면서 엄살 피우며 일정 최대한 늘려놓고 겨우 일정 아슬아슬하게 맞춰서 개발하는척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일정도 위에서 짜놓은거 따져보지도 않고 군말없이 그냥 하겠다고 했다. 처음 계약인원비율 말한데서 알겠지만, 개발분량 남들보다 많더라도 어차피 남들보다 빨리 개발 끝내고 프로젝트 후반엔 여유롭게 보낼 자신있으니까. 이 회사의 지난 KT프로젝트에서도 많은 일을 맡았지만 프로젝트 중반에 개발 끝내놓고 남은 기간은 공부했다. 그런데 이번 AJ렌터카 프로젝트는 차장님과 신입사원 하던 일을 내가 대신 하면 내가 아무리 개발 잘해도 프로젝트 후반까지 여유를 가질 수 없다. 회사 일을 그렇게 안정적으로 많이 해줬는데, 그렇다고 급여가 다른 개발자들보다 많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전무님에게 분명하게 말을 했다. 그렇게 까지 일을 많이 해줄 수 없다. 열심히 일한 보람이 없잖느냐? 그렇게까지 많은 일을 해주길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 대가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프로젝트 잘 끝나면 그에 맞게 자기가 챙겨주겠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저렇게 애매하게 줄 것처럼 말하는 타입은 뒤가 구리다.

 

저런 이야기가 오간뒤 점심을 전무님이 사준다해서 갔더니 웃으며 친한척한다. 나도 웃으면서 대화했다. 웃고 떠들고 친한게 뭐가 중요한가? 실제 보상이 중요하지. 회사에서 하는걸 보니, 그동안 여기서 일 해놓은게 아깝게 까지 느껴진다. 나는 원래 처음엔 실력을 보여주고 어느 정도 실적을 준다. 그리고 그에 맞는 보상이 돌아오는지 본다. 그 결과가 확인되니, 의욕이 확 떨어진다.

 

전무님은 나 같은 타입은 처음본다고 말하지만, 내 관점에선 회사가 이해 안된다. 일 잘하니 급여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하면 일 잘하는 개발자들이 이 회사를 더 찾아오지 않을까? 일 못하던 개발자들도 더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 이 회사를 스쳐간 능력자들이 얼마나 될까? 또 어떤 사람들이 여기 남게 될까? 여러 생각이 든다.